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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빛공해

도심의 밝은 밤, 암 발병률 증가와의 연관성

by 윤스페이퍼 2025. 7. 25.

현대 도시의 밤은 더 이상 어둡지 않다.

 

높은 건물 외벽의 조명, 끝없이 이어지는 가로등, 네온사인과 디지털 광고판은 밤을 낮처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런 밝은 도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밝음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여러 연구에서는 도심의 과도한 야간 조명이 인간의 생체리듬을 무너뜨리고, 심지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면장애와 멜라토닌 분비 저하가 호르몬 관련 암의 발병과 연관이 깊다는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면서, 도시 조명이 더 이상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건강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도심의 밝은 밤과 암 발병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생체리듬과 암: 연결고리는 멜라토닌

우리 몸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생체리듬(서카디언 리듬)**에 따라 움직인다. 이 리듬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어두운 환경에서 분비되며, 수면을 유도하고, 세포의 복구와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밤에도 밝은 조명에 노출되기 쉽고,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멜라토닌이 억제되면 다음과 같은 면역 및 세포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 DNA 복구 효율 저하
  • 산화 스트레스 해소 능력 감소
  • 암세포의 자가 사멸(아포토시스) 과정 지연
  • 면역 세포의 감시 기능 약화

결과적으로, 암세포의 초기 성장과 전파를 억제하는 시스템이 약화되면서 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간 조명과 유방암, 전립선암의 연관성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는 야간 조명과 유방암·전립선암의 관계다. 이 두 암은 호르몬 민감형 암으로, 멜라토닌과 깊은 관련이 있다.

  • 멜라토닌은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조절한다. 조명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유방암 위험이 증가한다.
  • 전립선암 역시 테스토스테론과 관련이 깊고, 멜라토닌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야간 조명으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고 암세포의 성장 조건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야간 근무자나 도심 지역 고조도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해당 암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도심의 밝은 밤, 암 발병률 증가와의 연관성

도시 환경이 만든 ‘수면 부족의 연쇄 작용’

도시의 밝은 밤은 단순히 눈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수면의 깊이와 질을 망가뜨리는 요인이다. 불완전한 수면은 단기적으로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암을 포함한 만성 질환의 기반이 된다.

  • 수면 부족은 면역 세포(T세포, NK세포 등)의 활성도를 떨어뜨린다.
  • 수면이 부족하면 세포 손상 복구가 지연되고, 세포 변이가 쌓이기 쉬워진다.
  • 암세포는 면역의 사각지대를 통해 성장하는데, 수면 부족은 이 환경을 만든다.

도시 조명은 우리에게 수면 부족이라는 만성 환경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 결과로 신체 내부의 감시 체계가 무너진다.

 

국제기구의 입장: 야간 근무는 발암 가능 요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 교대근무를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그 핵심 근거는 다음과 같다:

  • 밤 동안 지속적으로 빛에 노출될 경우,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음
  • 호르몬 리듬이 무너지고, 세포 주기와 유전자 발현에 혼란이 생김
  • 암세포 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됨

야간 근무뿐 아니라, 도심의 고조도 조명 아래에서 수면을 취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조명은 실질적인 건강 위협 요인으로 간주된다.

 

도심 지역과 암 발병률의 통계적 연관성

일부 연구에서는 도시 조명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통계적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그 상관성이 두드러진다:

  • 야간 조도 평균이 높은 지역
  •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외벽 조명이 가까운 주거환경
  • 24시간 운영되는 상업지구 인근 주거지
  • 광고판, LED 간판 등이 많은 거리 주변 주거지역

이러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수면장애, 우울감, 피로뿐 아니라, 암에 대한 생리적 저항력도 낮아질 수 있다.

 

암 예방의 관점에서 조명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암 예방은 단순히 식습관이나 운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활환경 전체가 신체의 면역 체계와 세포 건강에 영향을 준다. 그 중 조명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암 예방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야간 조명은 최소화하거나 차단할 필요가 있다.
  • 수면 환경은 반드시 어둡고 조용해야 한다.
  • 저녁 이후에는 청색광이 포함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인다.
  • 침실 창문에 암막 커튼이나 빛 차단 필름을 설치한다.
  • 야간 근무자라면 퇴근 후 수면 환경을 최대한 밤처럼 조성한다.

조명은 더 이상 인테리어나 밝기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특히 암 예방과 직결된 요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도시는 우리에게 편리함과 활력을 제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밤에도 쉬지 못하는 몸과 뇌, 그리고 망가져 가는 생체 시스템이 있다.

 

도심의 밝은 밤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라, 생체리듬을 무너뜨리고 암 발생 조건을 만드는 조용한 건강 리스크일 수 있다. 빛을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수면을 회복하고, 면역을 유지하며, 세포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암 예방은 어두운 침실에서 시작된다.

오늘 밤, 조명을 꺼보는 것이 당신의 몸에게는 가장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