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하천 복원, 생물 다양성이 되살아나는 순간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천은 한때 생활하수와 쓰레기로 뒤덮인 오염원으로 인식되곤 했다.
많은 도시들이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어 도로로 활용하거나, 복개하여 지하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이런 인공 구조물로 덮인 하천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시 하천 복원(River Restoration)은 단순히 경관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생태계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중요한 생물 다양성 회복 전략 중 하나다. 콘크리트 하천이 자연형 수변 공간으로 바뀌면, 다양한 동식물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 글에서는 도시 하천 복원이 왜 생물 다양성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실제 국내외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1. 도시 하천 복원이란 무엇인가?
도시 하천 복원이란 기존의 인공화된 하천을 자연에 가까운 형태로 되돌리는 작업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천의 직선화를 없애고 자연스럽게 굽이치도록 바꾸거나, 콘크리트 제방을 걷어내고 식생 기반의 하천둔치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일부 하천은 아예 복개 구조물을 제거하여 햇빛이 다시 들어오게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복원’은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자연적인 흐름과 생물의 서식 가능성을 회복하는 행위다.
2. 생물 다양성 회복의 핵심: 수변 생태계 복원
도시 하천은 수생 생물뿐 아니라, 주변 수변에 서식하는 곤충, 조류, 양서류, 소형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이 머무는 복합 생태축이다. 하지만 기존의 콘크리트 하천은 급한 유속, 건조한 제방,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해 생물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복원을 통해 완만한 유속, 식물이 자라는 제방, 모래톱과 웅덩이가 생기면, 생물들이 자연스럽게 돌아오게 된다.
실제로 서울 청계천 복원 이후, 복원 전보다 3배 이상의 생물종이 확인되었다.
3. 단절되었던 생물 이동 경로의 회복
하천은 생물들에게 이동 경로이자 생활축이다.
하천을 따라 이동하면서 서식지를 넓히고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인공화된 하천은 이동을 방해하거나, 구조물로 인해 단절된 상태였다. 복원을 통해 다양한 지형과 연결성이 생기면, 예를 들어 물고기가 상류로 회귀하거나, 양서류가 하천 양쪽을 오가며 번식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생물의 이동성이 회복되면 유전적 다양성과 생태계 탄력성도 함께 회복된다.
4. 도심 속 양서류와 조류의 귀환
하천 복원 후 가장 먼저 나타나는 생물은 보통 곤충과 양서류다. 왜냐하면 이들은 수질과 식생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곧이어 물고기와 조류가 돌아온다.
예를 들어, 부산 온천천 복원 이후 청둥오리, 백로, 왜가리 등 다양한 조류가 도심 한복판에서 관찰되고 있고, 과거 사라졌던 도롱뇽이 다시 출현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변화는 단지 '동물이 돌아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도시 생태계가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5. 하천 복원이 도시 전체 생태계에 주는 이점
도시 하천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이지만, 동시에 도시 전체 생물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축이기도 하다. 하천 복원은 수질 개선, 대기 정화, 여름철 열섬 완화,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환경적 이점을 제공하며, 이러한 변화는 다시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즉, 생물 다양성 회복은 하천 복원을 통해 더 넓은 도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6. 복원 과정에서의 고려사항
하지만 모든 복원이 무조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생물 다양성 회복을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 자생식물 식재: 외래종보다 지역 생태계에 맞는 식물 선택
- 유속 조절 설계: 생물이 정착할 수 있도록 유속이 급하지 않게 설계
- 하천-육상 연결성 고려: 둔치, 습지, 숲 등의 연계 구성
- 조명, 소음 최소화: 야생 생물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설계
- 시민 접근과 생물 보호의 균형: 탐방로와 보호구역을 구분하여 조성
도시 하천 복원은 단순한 ‘환경 미화’가 아니다.
그것은 콘크리트에 잠식된 도시 생태계의 생명선을 다시 살리는 행위다.
하천 하나가 복원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곤충이 돌아오고, 물고기가 살고, 새가 날아들며, 도시 전체의 생물 다양성이 살아난다.
복원된 하천은 인간에게는 쾌적한 휴식 공간이자, 자연에게는 생존과 번식의 무대다.
앞으로의 도시 설계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하천에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