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 빛공해

조도 기준을 넘는 도시의 밤, 건강은 안전할까?

by 윤스페이퍼 2025. 7. 20.

밤이 돼도 어둡지 않은 도시. 사람들은 이 밝음을 ‘안전’의 상징으로 여긴다.


어두우면 위험하고, 밝으면 범죄율이 낮아진다는 믿음 아래, 도시는 해가 진 후에도 가로등과 간판, 외벽 조명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밝음이 과연 안전하기만 한 것일까?
최근 들어 도시의 조명이 사람의 수면, 생체리듬, 심리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경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암연구소(IARC)도 이를 하나의 환경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도시의 밤이 ‘조도 기준’을 초과할 정도로 밝아졌을 때, 우리의 건강은 과연 안전한지, 그 이면에 감춰진 과학적 진실을 분석한다.

 

조도란 무엇인가?

조도(照度)는 어떤 면에 도달하는 빛의 밝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단위는 럭스(lux)를 사용한다.
조명이 설치된 실내·외 공간마다 권장 조도 기준이 있으며, 이를 초과하면 시각적 피로, 생체리듬 교란, 에너지 낭비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간권장 조도 (lux)
가정용 침실 약 10~30 lux
일반 가정 실내 150~300 lux
사무실 300~500 lux
병원 수술실 1,000 lux 이상
도심 거리 (야간) 실제 측정값 50~200 lux (지속 노출 시 문제 발생 가능)
 

문제는 많은 도시의 밤이 50 lux를 넘어가는 구역이 많고, 심지어 창문을 통한 실내 유입 조도도 30~70 lux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수면 유도 환경으로는 과도하게 밝은 수준이다.

조도 기준을 넘는 도시의 밤, 건강은 안전할까? 에 대한 사진

밝은 도시가 건강을 위협하는 이유

도시의 조명은 시야 확보와 범죄 예방, 미관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그 밝기가 조도 기준을 초과하는 순간, 인간의 생리 기능은 뚜렷한 반응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영향은 멜라토닌 분비 억제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어 어두워질 때 자연스럽게 분비되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그러나 조도 30 lux 이상에 30분 이상 노출되면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며, 특히 100 lux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분비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즉, 도시의 밤이 기준치를 넘는 밝기로 유지되는 한, 사람의 몸은 ‘밤’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도심 속 고조도 환경의 실제 영향

▶ 수면장애 증가

도심 지역 거주자는 시골이나 외곽보다 수면의 질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특히 고층 아파트나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에 인접한 가구는 실내에서도 평균 조도 30~50 lux 수준이 측정되며,

이 환경은 수면 유도, 수면 유지, 깊은 수면 진입에 모두 악영향을 준다.

▶ 우울감과 정서 불안

높은 조도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불안감, 피로감,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야간의 밝은 조명에 장기 노출된 사람일수록 우울증, 불안장애 발생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확인되었다.

▶ 생체리듬의 붕괴

조도 기준을 넘는 밤은 뇌의 ‘시계’를 흐트러뜨린다.

뇌는 밝은 조명을 낮으로 착각하고 활성 호르몬 분비(코르티솔 등)를 유지하며, 밤에도 각성 상태를 지속하게 된다.
그 결과, 피로는 누적되고 회복은 지연된다.

 

‘안전’을 위한 밝음은 진짜 효과가 있을까?

도시는 조명을 ‘안전’의 도구로 간주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조명이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 범죄는 조도가 낮은 골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밝은 장소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 CCTV, 순찰, 지역 커뮤니티 활동 등 사회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준다.
  • 과도한 밝기는 오히려 가해자의 행동 반응을 쉽게 관찰하지 못하게 만들고, 시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즉, 도시 조명의 밝음이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시 조명 정책은 조도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조도 기준을 초과하는 조명 설치를 제한하고, 야간에는 자동으로 밝기를 줄이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 영국: 주거지 인근 가로등은 자정 이후 자동 감광 (조도 기준 15 lux 이하 유지)
  • 독일: 환경 보호법에 따라 광공해 허용 한도를 법으로 정해 과도한 조명 금지
  • 일본: ‘조명환경 가이드라인’ 통해 공공 조명과 민간 외벽 조명에 조도 상한선 설정

이러한 조치는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시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 설정의 사례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이 도시 전체의 조도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노력을 통해 자신의 수면 환경을 고조도 환경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 암막 커튼 사용: 실내 유입 조도를 최소화
  • 수면 전 밝기 낮추기: 스마트폰, 조명 모두 30 lux 이하로 조절
  • 침대 위치 조정: 창문과 조명 노출 각도를 고려한 배치
  • 조명 민원 제기: 외벽 조명, 간판 조명에 대해 주민 차원에서 문제 제기
  • 조명 앱이나 조도계 사용: 실제 조도를 측정하고, 수면 방해 수준인지 확인

 

도시의 밤이 밝아진 것은 문명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그 밝음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기준을 넘는 조도’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수면, 안정된 감정, 회복 가능한 몸을 위해서라도, 도시의 조명은 조도 기준 내에서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둠을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밝은 밤을 경계해야 할 때다.

조도 기준을 넘는 도시의 밤, 건강은 안전할까? 에 대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