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도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거리마다 환한 가로등이 켜지고, 건물 외벽은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장식된다. 인간에게는 안전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이러한 도시의 ‘빛’은, 그러나 많은 야행성 생물들에게는 삶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인공적인 장애물이 된다.
밤에 활동해야 하는 동물들에게 조명은 방향을 잃게 만들고, 먹이를 찾지 못하게 하며, 심지어 번식과 생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도시는 밝아졌지만, 그 안의 야생 생물들은 점점 더 어두운 환경을 찾아 도시를 떠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도시 조명이 야행성 생물에 미치는 영향과 갈등의 본질,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해 다룬다.
1. 야행성 생물, 그들은 왜 밤에 활동할까?
야행성 생물은 본래 낮보다는 밤에 더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생리적 특성을 가진다.
그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밤을 선택한다:
- 포식자로부터 회피
- 기온, 습도 등 환경 조건의 안정성
- 먹이 사냥 효율성 향상
- 번식 시 은밀성 확보
예를 들어 박쥐, 부엉이, 고양이, 삵, 도롱뇽, 나방, 딱정벌레, 야생 너구리 등은
도시 외곽과 숲, 공원, 하천 등에서 주로 야간 활동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2. 도시 조명이 야행성 생물에 미치는 주요 영향
도시 조명은 다음과 같은 생태적 피해를 유발한다:
혼란스러운 방향 감각
나방류와 박쥐는 천체나 주변 반사광을 이용해 이동 경로를 판단한다.
그러나 강한 조명에 노출되면 방향을 잃고 한 곳에 머물러 있다가 포식되거나, 지치기 쉬움.
포식 위험 증가
가로등 아래로 곤충이 몰리면, 이를 노리는 포식자 역시 해당 지역에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생물 간 먹이 사슬 균형이 무너진다.
수면 및 번식 리듬 교란
도롱뇽, 청개구리 등 양서류는 어두운 밤에 짝짓기 울음소리를 내고 산란지를 찾는다.
하지만 인공광이 지속되면 울음을 멈추고 번식을 포기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도시 공간 내 서식지 이탈
일정 이상의 빛 공해가 지속되면, 야행성 생물은 해당 지역을 서식지로 인식하지 않고 떠남.
이로 인해 도시 내 생물 다양성 자체가 감소한다.
3. 실제 사례로 본 조명의 생물 교란
서울숲 공원 일대
가로등과 산책로 조명 설치 이후, 도롱뇽과 무당개구리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조류의 번식지 선택이 변경되는 현상도 관찰됨.
독일 베를린의 나비 군락지
야간 조명 설치 후, 나비의 짝짓기 활동률이 40% 이상 감소했고, 개체 수 또한 급격히 줄어듦.
뉴욕시 건물 외벽 조명
높은 조명이 철새의 야간 비행 경로에 영향을 주어, 유리창 충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이처럼 조명은 단순히 ‘빛’이 아니라, 야행성 생물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4. 야행성 곤충, 도시 생태계의 숨은 중추
많은 사람들은 곤충이 사라지면 불편함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곤충은 도시 생태계에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 꽃가루 수분 (나방, 딱정벌레 등)
- 유기물 분해 및 토양 순환 (지렁이, 풍뎅이 등)
- 조류·포유류의 먹이 (곤충이 없으면 먹이망 붕괴)
- 식물군락 유지 (곤충이 선호하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 간 균형 조절)
그러므로 조명에 의해 곤충이 사라지면 이는 곧 식물, 조류, 포유류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진다.
5. 갈등을 줄이기 위한 도시 설계 전략
도시 조명은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야행성 생물과의 공존을 도모할 수 있다:
조도 조절형 스마트 조명 도입
사람이 지나갈 때만 밝아지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어두워지는 시스템.
파장 제한형 조명 사용
곤충에게 영향을 덜 주는 황색계열 조명 또는 장파장 조명 사용.
조명 설치 시간 제한
공원, 하천, 산책로는 심야 시간대 조명 OFF 구역을 도입.
식생 구역과 조명 거리 확보
식물과 야생 서식지 가까이에 직접광이 닿지 않도록 각도 설계.
야생동물 보호구역 내 조명 금지
산란지, 습지, 생태통로 부근은 조명 설치를 금지하거나 최소화.
인간에게는 편리함이지만, 생물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 — 그것이 도시의 빛이다.
야행성 생물들은 조명으로 인해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는 단지 특정 종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도시의 밤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사람과 생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어떻게 빛을 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밝은 도시는 결국 생명이 머무르지 못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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