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의 생태 허브, 인공습지와 생물다양성의 연결고리

습지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왔다.

개발 대상 1순위였고, 도시화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습지가 가진 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도시 환경에서도 ‘인공습지(Constructed Wetland)’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공습지는 단지 수질 정화 기능만을 담당하는 시설이 아니다. 이 공간은 도시에서 사라졌던 다양한 생물들이 다시 돌아오는 생물다양성 회복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한다. 물, 식물, 미생물, 곤충, 조류, 양서류 등이 어우러진 인공습지는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자연 생태계가 순환하는 작은 우주다.

이 글에서는 인공습지가 어떻게 도시 생물다양성과 연결되는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보고, 도시계획 속에서 왜 인공습지가 필수적인 공간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본다.

 

1. 인공습지란 무엇인가?

인공습지는 자연 습지의 구조와 기능을 인위적으로 모방하여 만든 습지다.

주로 빗물, 하수처리수, 도심 유출수 등을 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계되며, 수생식물과 토양, 미생물, 물의 흐름 등을 활용해 자연적인 정화 과정을 유도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인공습지에는 단순히 식물이 자라는 것을 넘어, 다양한 곤충과 조류, 양서류가 찾아들게 된다. 결국 정화 기능 + 생물 서식지 제공 + 생태 교육의 장으로 발전한다.

 

2.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인공습지의 의의

도시에서는 생물이 머물 수 있는 '수자원 기반 서식지'가 거의 없다. 하천은 직선화되고, 땅은 불투수층으로 덮여 생물이 물을 얻기 어렵다. 인공습지는 도시 생태계에서 희귀한 물 기반 서식지를 제공함으로써, 수서곤충,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 종의 정착을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중요한 건 서식지의 복합성이다. 얕은 물, 깊은 물, 습윤 토양, 식생 구역 등이 한 공간 안에 공존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3. 실제 도시 인공습지 사례

•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대표적인 인공습지 복원 사례다.
  복개된 하천 일부를 복원하고 인공적으로 수생식물을 도입한 이 공간은, 10년 만에 150종 이상의 조류, 80여 종의 수서곤충, 양서류와 파충류 수십 종이 서식하는 도시 속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되었다.
• 세종시 중앙공원 인공습지는 조성 초기부터 ‘도시 생물 유도’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식생대를 구분하고, 조류 휴식처, 양서류 산란지, 곤충 전용 구역 등을 구분함으로써 조성 2년 만에 토종 생물의 정착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이러한 사례는 인공습지가 단지 경관용 공간이 아니라 실제 생물 서식지이자 생태계의 중심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4. 인공습지가 제공하는 생물다양성 혜택

다음은 인공습지가 도시 생물에게 주는 핵심적인 생태적 혜택이다:

 

▶ 서식지 다양성 제공
한 장소 안에 다양한 지형, 식생, 수심이 공존하여 여러 생물이 서식할 수 있다.

 

▶ 양서류와 수서곤충의 생존 가능성 증가
개구리, 도롱뇽, 물장군 등은 습지 없이는 번식이 불가능하다. 인공습지는 이들의 유일한 도심 번식 공간이 된다.

 

▶ 이동 경로 연결 효과
하천, 공원, 숲 사이에 조성된 인공습지는 ‘녹색 다리’ 역할을 하여 생물 이동성을 회복시킨다.

 

▶ 도시 조류의 번식 및 휴식 공간 확보
흔한 까치나 비둘기 외에도 백로, 물총새, 쇠백로 등의 조류가 인공습지를 찾아 번식하기도 한다.

 

▶ 기후 변화 대응 서식지 역할
기온 상승, 강우량 변화 등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규모 생태계 유지가 가능하다.

 

5. 인공습지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요소

인공습지를 생물다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설계 기준이 중요하다:

• 자생 수생식물 중심 식재: 외래종 식물은 생태계 교란 가능성
• 급격한 유속 방지: 생물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완만한 수류 설계
• 수심과 경사의 다양성 확보: 수서생물 서식 공간과 육지 연결성 제공
• 인위적 간섭 최소화: 조명, 진입 동선 등 생물 스트레스를 줄이는 구조
• 생물 모니터링 체계 구축: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종이 정착하는지 지속 관찰 필요

 

인공습지는 도시의 생물들에게 있어 마지막 보루이자 새로운 기회다.

물이 흐르고, 식물이 자라고, 곤충과 조류가 돌아오는 공간은 인간에게도 큰 위안을 준다.
단순한 수질 정화 기능을 넘어, 인공습지는 도시 생물다양성을 위한 필수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며, 앞으로의 도시계획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다.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가 이제는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로 전환되기 위해, 도심 한가운데 인공습지가 놓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곳이 생명의 순환이 다시 시작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