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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생물

가로수가 바뀌면 곤충도 바뀐다? 도시 곤충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나무의 비밀

by 윤스페이퍼 2025. 7. 20.

도시 거리를 따라 일렬로 늘어선 가로수는 단순히 미관을 위한 조경 요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가로수는 곤충들에게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서식지’, ‘먹이처’, ‘이동 경로’로 기능하는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그런데 가로수의 종류에 따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의 종류와 개체 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고민할 때, 우리는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가로수의 수종이 곤충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예쁜 나무'보다 '생물과 잘 어울리는 나무'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생태적 관점에서 분석해본다.

가로수가 바뀌면 곤충도 바뀐다? 도시 곤충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나무의 비밀 에대한 사진

1. 가로수는 도시 생물의 핵심 생태 인프라

가로수는 도심에서 가장 넓게 분포된 ‘연속된 녹지축’이다.

곤충들에게는 단순한 그늘이 아니라 먹이를 제공하고, 번식하고,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특히 곤충은 특정 식물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가로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주변에 서식 가능한 곤충의 종류가 달라진다.

 

2. 도시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로수 수종

현재 한국 도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가로수는 다음과 같다:

  • 이팝나무: 봄에 하얀 꽃이 피고 미관이 아름다움.
  • 은행나무: 공기 정화 능력이 높고 생육이 강함.
  • 느티나무: 토종 수종으로 곤충과 조류에 친화적임.
  • 버즘나무(플라타너스): 내공해성이 강하지만 외래종이며 생물 친화도는 낮은 편.
  • 단풍나무류: 봄, 가을에 색이 아름답고 일부 곤충 종과 연관됨.

이 중에서 실제 곤충 다양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수종은 느티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등 토종 수종이다. 반면, 일부 외래종이나 잎이 단단하고 해충 방제를 자주 하는 수종은 곤충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

 

3. 가로수 수종과 곤충 다양성 간의 실제 영향 사례

도시 곤충 다양성에 대한 사진

  • 서울 도봉구의 거리에서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조성된 구간에서는 나비류와 진딧물 천적 곤충인 무당벌레가 평균보다 2배 이상 더 많이 관찰되었다.
  • 반면 은행나무 중심 지역에서는 봄철 곤충 유입이 현저히 낮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살충제 살포로 인해 수종 전체에 곤충이 거의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 대구의 특정 도심 구간에서는 플라타너스 중심의 가로수 조성 지역보다, 단풍나무와 이팝나무가 혼재된 구간에서 수분곤충(벌, 나방류) 다양성이 뚜렷하게 높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가로수의 종류가 도심 곤충의 유입-서식-번식 전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가로수 선택이 곤충 서식에 영향을 주는 이유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생태적 특성 때문이다:

🟢 식물-곤충의 상호의존성
많은 곤충은 특정 식물의 잎, 꽃, 수액, 씨앗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특정 나무가 없으면 해당 곤충도 존재할 수 없다.

🟢 수종에 따라 방제 빈도 차이
해충이 잘 붙는 나무는 도시에서는 더 자주 방제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익한 곤충까지 함께 죽게 되고, 곤충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 잎의 질감과 구조 차이
두꺼운 잎, 광택이 강한 잎, 수분이 적은 잎은 곤충에게 적합하지 않다. 반면 부드럽고 다양한 층위를 가진 잎은 더 많은 곤충이 정착할 수 있다.

🟢 개화 시기와 꽃 구조
꿀벌이나 나비는 꽃의 구조와 개화 시기에 민감하다. 이팝나무처럼 꽃이 모여 피는 수종은 곤충을 유인하기 쉬운 반면, 일부 관상용 수종은 꽃이 열리지 않거나 향이 없어 곤충 방문이 적다.

 

5. 생물 다양성을 위한 도시 가로수 전략

생물 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로수 선정 시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가로수가 바뀌면 곤충도 바뀐다? 도시 곤충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나무의 비밀 에 대한 사진

🔹 자생 수종 위주 식재: 곤충과의 오랜 공진화 과정을 가진 자생 나무 중심 설계
🔹 수종 다양성 확보: 단일 수종보다 혼합 수종이 곤충 다양성에 유리
🔹 해충 방제 최소화: 무분별한 약제 살포 대신 생태적 방제 방법 활용
🔹 꽃 피는 나무 우선 선택: 꿀벌, 나비 등 수분곤충 유입을 위한 꽃 수종 조성
🔹 시기별 피크 조절: 봄, 여름, 가을 각각 개화하는 수종을 조합해 곤충에게 안정적인 먹이 공급

 

 

가로수는 도시 생물다양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녹색 인프라’다.


나무 하나가 바뀌면,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곤충이 달라지고, 이는 조류와 생태계 전체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는 사람 중심, 미관 중심으로 가로수를 선택했다면, 앞으로는 곤충과 생물 중심의 가로수 선택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도시의 나무는 곧 도시 생물의 집이다.
도심 속에서 곤충이 다시 날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도시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