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물다양성을 왜 지켜야 할까? 기후위기와 도시화 속에서 생물종의 역할은 무엇이며, 세계 주요 도시들은 어떤 방식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실현하고 있을까?
콘크리트 정글 속 생물들의 위기와 가능성
도시는 더 이상 생물에게 적대적인 공간만은 아니다.
과거에는 아스팔트와 고층건물로 뒤덮인 도심을 생물다양성의 불모지로 여겼지만,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의 시대에 도시는 이제 생태계 회복의 전진기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도시 환경은 기온 상승을 완화하고, 생태계 순환을 복원하며,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생물 종의 이동과 서식지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도시가 보전 공간이 되지 않는다면 많은 종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 도시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도시 자체의 생존 가능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정책과 전략을 도입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왜 도시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이 중요한가?
1. 도시가 새로운 생태계 중심지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5%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약 7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도시가 더 이상 자연을 대체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포함하고 재조성해야 할 공간이라는 의미다.
많은 생물 종들이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나은 서식 환경을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부 조류와 곤충은 오히려 도시의 공원, 옥상정원, 하천변 등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2. 도시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 완충 장치다
도시는 열섬현상, 미세먼지, 강수량 불균형 등으로 기후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다양한 식생과 생물 종은 이러한 미세기후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도시의 숲과 다양한 식물 군락은 온도 조절, 탄소 흡수 및 물 순환 기능을 통해 기후 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은 도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다.
3.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녹지 공간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는 정신 건강, 신체 활동, 스트레스 완화, 교육적 효과까지 포함한 다층적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자연 접촉 경험은 인지 발달과 면역력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도시 생물다양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공공 건강과 복지의 문제로 확장된다.
세계는 도시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1. 독일 베를린: 생물다양성 중심 도시계획
베를린은 도시 녹지 관리의 패러다임을 단순한 공원 조성이 아닌, 자생 생물 서식지 복원 중심으로 전환했다.
도심 내 자투리 공간을 ‘도시 생태 핫스팟’으로 개발하고, 하천변·폐철도 부지 등에 다양한 생물서식지를 조성했다.
이러한 공간들은 곤충, 조류, 작은 포유류들이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2. 싱가포르: 도시 전체를 생태계로 설계
싱가포르는 '도시 속 정원(Garden in a City)'을 넘어, '정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 전략으로 도시 전체를 생물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옥상 녹화, 고층 벽면 녹화, 수직정원과 생태통로가 일상 공간 곳곳에 통합돼 있으며,
도시 전역을 생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생태 인프라 스트럭처(Ecological Infrastructure)”**가 구축되어 있다.
3. 미국 포틀랜드: 시민 참여 기반 생물다양성 관측
포틀랜드에서는 지역 주민이 생물을 직접 관찰·기록하는 커뮤니티 베이스 모니터링(CBM)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 과학자와 시민이 협동해 생태계 보전에 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과 동시에, 시민의 환경 의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 문화의 형성에 공헌하고 있다.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의 주요 도시들도 최근 들어 도시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생물다양성 전략 및 실행계획(SBSAP)’을 통해 도심 속 생물종 현황을 조사하고 관리 체계를 수립 중이며,
부산·인천·대전 등도 도심 생태지도 구축, 생태통로 조성, 외래종 통제 등 다각적인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정책은 ‘녹지 면적 확대’에 그치고 있으며,
실제 생물의 생활사를 고려한 공간 설계나, 시민 참여 기반 모니터링 체계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제는 녹지의 양보다 질, 그리고 생물 종 다양성을 중심으로 도시 생태계 설계를 전환할 시점이다.
도시가 생물다양성의 최전선이 되어야 한다
도시는 생물다양성이 파괴된 공간이 아니라, 복원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전 지구적 생물 멸종 속도가 빨라지는 지금,
도시는 생물들에게 새로운 서식지이자, 인간에게는 지속 가능한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상호 회복의 장이 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도시를 생태적으로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생물다양성을 ‘보존의 대상’이 아닌, 도시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재인식해야 한다.
도시화와 생태보전이 공존하는 시대, 그 해답은 ‘도시 생물다양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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