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물

도로 주변 생태계 단절, 생물 다양성은 왜 줄어드는가?

info-blog-note 2025. 7. 17. 13:47

도로 주변 생태계 단절, 생물 다양성은 왜 줄어드는가?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인공 구조물 중 하나는 바로 '도로'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지만, 이와 동시에 주변 자연 생태계에는 매우 큰 단절을 초래한다.

특히 도로는 숲과 숲, 습지와 습지 사이를 물리적으로 가르며, 동식물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개체군 간 유전적 교류를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단절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물 다양성 감소, 서식지 파편화, 생태계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결국 인간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도로라는 존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생물 다양성은 왜 점차 사라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보려고 한다.

 

1. 도로가 생태계를 물리적으로 나누는 방식

도로는 단순히 '땅 위의 선'이 아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구성된 이 인공 구조물은 동물들에게는 커다란 장벽이다.

많은 야생동물들은 특정 서식지를 중심으로 먹이 활동이나 짝짓기를 위해 일정한 이동 경로를 유지하는데, 도로가 그 경로를 가로막으면 서식지 간의 연결성이 사라진다. 특히 소형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는 도로를 넘지 못하고 고립된다.

이는 개체군의 분리와 유전적 다양성 저하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로는 멸종 위기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2. 서식지 파편화와 생물 다양성의 상관관계

‘서식지 파편화’란, 하나의 큰 자연 공간이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뉘는 현상을 말한다.

도로는 이러한 파편화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인프라다. 예전에는 하나의 연속된 숲이었던 공간이 도로로 인해 수십 개의 작고 단절된 녹지로 바뀌면서, 생물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번식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고립된 공간에서는 외래종 유입에 취약하고, 기후 변화나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져 지역 생태계 전반의 생물 다양성이 낮아진다.

3. 로드킬: 단절의 직접적 결과

도로가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가장 직관적인 사례는 바로 로드킬이다.

동물들이 도로를 건너려다 차량에 치이는 사고는 단순한 죽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개체 수가 적은 희귀종의 경우, 반복되는 로드킬은 한 지역에서의 완전한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양이과, 족제비과, 삵, 고라니, 두꺼비 등 야행성 또는 느린 이동속도를 가진 동물들은 그 위험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로드킬은 개체 수 감소뿐 아니라, 남은 개체의 이동 패턴까지 왜곡시키며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도로 주변 생태계 단절, 생물 다양성은 왜 줄어드는가?에대한 사진

4. 생물 이동통로의 필요성과 효과

생태계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물 이동통로(Ecological corridor) 설치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일부 고속도로에는 생태통로가 설치되어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의 이동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로드킬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로에는 이러한 장치가 부재하거나, 있어도 위치나 구조가 부적절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생물 이동통로는 단순한 터널이나 다리가 아니라, 생태적 설계와 동물의 습성에 기반한 전문 구조물이 필요하다.

5. 소음과 빛 공해의 간접적 영향

도로는 단지 물리적 단절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는 지속적인 소음과 야간 조명을 발생시키며, 이는 야행성 동물들의 생활 리듬을 교란시키고, 이동 시각이나 번식 행동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도로 주변에서는 특정 조류의 번식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이러한 인위적 환경은 포식자-피식자 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생물 다양성 저하를 더욱 가속화한다.

 

도로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생태계 입장에서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생물 다양성의 핵심은 다양한 종들이 서로 연결되고 교류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도로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차단하고, 생물들의 삶을 고립시키며, 결과적으로 생태계를 단순하고 취약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도시 및 인프라 설계는 단순한 인간 중심이 아닌, 자연과의 공존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생물 이동통로, 녹지축 복원, 도로 건설 전 환경영향평가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이 동반되어야 한다.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곧 인간의 삶의 질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