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물

도시 속 야생동물 출몰 증가 현상은 왜 일어날까?

info-blog-note 2025. 7. 17. 09:25

최근 몇 년 사이, 도심 한복판에서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심지어는 삵까지 출몰하는 사례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속 야생동물의 출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도시화의 속도와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현상은 단순히 흥미로운 뉴스거리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경계를 다시 정의해야 할 만큼 중요한 생태적 변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도시 주변 생태계의 연쇄적 파괴와 함께 인간의 생활권이 끊임없이 확장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점차 도시로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도시 속에서 야생동물의 출몰이 증가하는 원인을 과학적, 환경적, 정책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본다.

도시 속 야생동물 출몰 증가 현상에 대한 사진

 

1.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축소와 단절

도시화는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인간의 생활 편의를 위한 인프라 확대를 동반한다.

도로, 철도, 공장, 주택단지로 이어지는 공간 확장은 야생동물에게 중요한 문제를 야기한다. 서식지가 물리적으로 잘려 나가거나, 조각조각 분리되며 연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야생동물은 일정한 활동 범위를 가지는데, 도시화로 인해 그 경로가 차단되면서 도시 내부로 진입하는 경우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서울 근교의 멧돼지 출몰 사례는 대부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산림이 아파트 단지로 대체되거나, 생태통로가 설치되지 않은 고속도로로 인해 이동 경로가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먹이 자원의 변화와 도시의 유혹

야생동물이 도시에 출몰하는 또 다른 큰 이유는 '먹이'다. 도시에서는 쓰레기, 음식물 찌꺼기, 반려동물 사료 등 다양한 먹이원이 존재한다. 일부 야생동물은 점차 이러한 인공적인 먹이에 적응하며 도시를 새로운 서식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너구리, 고라니, 삵, 담비 등은 점점 도시의 변두리나 공원, 심지어는 주거지 가까이에서 서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야생동물의 생존 전략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분석 지점을 제공한다.

3. 기후 변화와 생태계 이동

기후 변화도 중요한 요소다.

평균 기온 상승은 특정 동물들의 고도 이동이나 서식지 범위 재조정을 유발한다. 특히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일부 야생동물은 더 이상 고지대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먹이가 풍부한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 현상은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생태계 적응의 결과다.

도심의 미세기후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다.

도시는 일반 지역보다 온도가 높고, 바람이 적으며, 인위적인 구조물이 많아 서식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4. 자연 포식자의 부재와 개체 수 증가

도시 주변 생태계는 종종 '포식자'가 부족하다.

즉,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중간 수준의 야생동물들이 통제되지 않고 개체 수를 급격히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멧돼지의 경우, 과거엔 포식자인 늑대나 대형 맹수들이 개체 수 조절을 맡았지만, 현재는 인간 외에 포식자가 거의 없다. 이렇게 개체 수가 늘어나면 기존 서식지에 공간적 한계가 생기고, 그 결과 일부 개체는 도시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생태계 내 균형 붕괴가 인간 사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5. 야생동물 보호 정책의 역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야생동물 보호 정책이 도시 출몰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 사냥이 금지되거나, 서식지에 인위적인 먹이 제공이 이루어지는 경우, 해당 종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로 인해 도심 주변으로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 보호는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조절 능력을 훼손할 경우, 인간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보호’와 ‘조절’ 사이의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 속 야생동물 출몰 증가 현상에 대한 사진

 

도시 속 야생동물의 출몰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의 경고음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서식지 파괴는 결국 야생동물과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 내부로의 침입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이 빈번해질수록, 사람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도시계획 과정에서 생태적 연결성을 고려한 녹지축 설계, 생물 이동 통로 설치, 쓰레기 관리 강화 등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생물다양성의 보호는 자연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